정리의 시간

2025.11.17 09:09

10년 만에 드디어 진짜 비움을 해냈어요

  • 익명 14일 전 2025.11.17 09:09 비움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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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청소도 엄청 잘하고

정리도 끝내주게 잘하는 정리왕입니다.


친구들이 현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집이 모델하우스냐고 할 정도로요.


올해 퇴사 후 집에 머무는데

옷장, 서랍장, 창고, 싱크대를 열어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동안 직장생활하면서

나름 살림도 잘한다고 자부해왔는데,

뭔가에 홀려 정리 한번 해볼까 하고

열어본 장 속에는

정말 반듯반듯하게 넣어진 쓰레기들 투성이더라고요.


이사한 지 10년 동안

꺼내보지 않은 것들,

더 이상 쓰지 않지만

언젠가 쓰지 않을까 넣어둔 냄비들,

한때 최애였던 명품 가방들…


정말 쓰레기를 곱게도 정리해서

들어갈 공간만 있으면

잘도 넣어뒀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숨이 턱 막혀서

전부 꺼내서 다 버렸습니다.


밍크, 무스탕, 명품 가방,

안 입는 옷들부터

쓰지 않는 살림들,

대학 때 읽었던 책들까지.


다 버리고 나니

이제 장을 열어도 숨 쉴 공간이 생기고,

서랍장도 열면

꼭 필요한 것만 있네요.


타지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이

이번 추석에 오더니

집이 호텔 같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함께 사는 고3 늦둥이 딸내미는

엄마 물건들 중 찜해 놓은 게 있는데

사전 예고도 없이 다 버렸다고

투덜대긴 했지만,


내년에 대학 들어가면

그에 맞는 가방 사준다고 하니

다행히 불만은 쏙 들어갔습니다.


장을 하나씩 열어보면

빈 공간들이 보이니

물건을 너무 버렸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사실 10년 동안

한 번도 사용 안 한 것들이 태반이기에

괜찮아요.


이제야 진정한

정리의 신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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