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세계가 작동하는 핵심원리, 시대정신은
'효율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어디쯤 위치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짧은 시간조차 괜히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겐 편리하고 필요한 기술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린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의 풍경과 기다리는 지루함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불편함 혹은 지루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흥미로운 가능성들, 즉 다양한 감각과
개인적인 이야기가 점점 줄어든 것입니다.
속도의 가속과 연결의 증대는 역설적이게도
과정의 풍경을 지우고, 감각의 폭을 축소하게 됩니다.
이야기와 감각(창조성과 연결되는)은
없는 '효율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 이것이 어떻게 시대의 정신이 되었을까요?
분명 누군가는 이것을 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자본가들이겠죠.
딴 생각하지 않고 기업의 효율성에 집중하는
노동자를 생성하는 건, 그들이 바라는 일이니까요.
이 거대한 시대흐름의 물줄기에서
살짝 빗겨나간 작은 물줄기 중 하나가
'미니멀라이프'일 것입니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물도 오염됐다고 보지만,
소비를 줄여간다는 그 취지 자체는 여전히 유의미합니다.
제가 감각했을 때 적지 않은 수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이 운동을 실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만큼의 홍보는 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들을 분주히 광고하는
이 시대에서는 이상한 일이죠.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기업의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가 따라오지 않는 혁신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이에 대항하여 기업들은 적당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내놓고 있습니다.
수리하면서 쓸 수 있는 물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죠.
애플사의 아이폰은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주자입니다.
그들이 표방하는 '심플'이란 가치는
사실 2-3년 정도의 교체주기입니다.
심플함과 친환경을 표방한 듯한 디자인은
수리 가능성과는 반비례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 쓰려 수리하는 비용은
점점 늘어나 가성비가 맞지 않게 됩니다.
오래된 물건들의 가치가 점점 증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시점엔 사용하기엔 불편해도,
그 상품에 투입된 자원과 시간,
그로써 품게 되는 가치는
지금의 생산품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즉 오래된 물건들이 훨씬 오랜 시간을
견디는 것입니다.
지금의 생산품은 쉽게 사고 쉽게 버려지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제품을 쉽게 버리도록 부추기는 것,
그것이 곧 기업의 전략이죠.
물론 '새로운 상품을 위한' 버림이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물건을 새로 들인다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쉽게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새로 물건을 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해보면
삶이 팍팍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습니다.
한 번 상상해봅시다.
모두가 쉽게 버리는 시대에
우리의 창조성은 얼마나 남아있을까요?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사회에서의 상품의 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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