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 맨 안쪽에 작은 유리병 하나가 있어요.
안은 텅 비었고 이제는 향도 안 나는데…
이상하게 그걸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그 향수는 제가 처음으로 혼자 여행 갔을 때,
그 도시에서 샀던 거예요.
혼자 길을 헤매다가 울컥하기도 하고,
낯선 풍경에 압도되기도 했죠.
처음으로 ‘아, 나 진짜 혼자구나’ 느꼈던 그 시간.
그때 저를 조금이나마 안정시켜줬던 게
익숙한 향 하나였어요.
이제 그 향은 사라졌지만,
그 병을 보면 그때의 제가 떠올라요.
불안했지만 용기 냈던 저,
외로웠지만 자유로웠던 저.
그 기억이 아까워서인지
그 유리병을 차마 못 버리겠어요.
저는 미니멀리즘이
그저 물건을 줄이는 게 아니라,
진짜 내게 필요한 것과
마음에 남겨두고 싶은 걸
구분해 보는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그 병을 놓을 수 없지만
언젠가 그 시절의 나를 온전히 안아줄 수 있을 때,
그땐 자연스럽게 이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그리고 바라는 미니멀리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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