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ADHD가 심해서 정리정돈에 어려움을 겪던 사람인데요,
ADHD는 전두엽이 덜 발달되어서 도파민이 잘 나오거나 전달되지 못해 문제를 겪는 장애인데요,
당연히 완치는 없고요…
보통 사람처럼 사는 게 그닥 쉽지 않아요,,,ㅜ
어릴 땐 아직 뇌 발달이 잘 되지 않아서 증세가 더 심한데,
그때는 자주 옷 무덤을 만들고,
그 안에서 좀벌레가 떨어질 때까지 방치하곤 했어요,,,ㅋㅋㅋ
1년 넘게 쓰레기를 안 버리기도 했죠.
냄새나고 준비물 깜빡하고 하는 게 일상이라
친구는 당연히 없고 왕따도 당했어요.
제가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결심하고 치워도 며칠 후면 원상복구되는 데다
기껏 버려도 자꾸 충동구매를 해서
늘 똑같았어요.
고2 때 진단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니멀리즘을 알게 된 이후
눈 딱 감고 1달 이상 안 쓴 물건을 전부 버렸습니다.
그냥 필요하면 다시 사야지 하면서요.
버릴 땐 추팔이랑 패션쇼 하지 않고
큰 쓰레기봉투에 전부 박아버려야 해요!!
입어보고 펼쳐보고 써보면
우리 같은 인간들은 절대 못 버린답니다…ㅜ
의외로 다 버려도 삶이 불편하지 않아요.
게다가 집이 더러워져도 금방 치울 수 있게 되고
빈 공간이 많아지니
물건에 제자리가 생겨서 치우는 게 쉬워지더라고요.
ADHD인들은 알겠지만
가구나 물건에 걸려 넘어지고 찍히고 부딪치고 하는 일이 종종 있잖아요?
그런 것도 많이 줄어들었고
집에 물건 두고 나가는 것도 조금이나마 나아졌어요.
그리고 크고 문 달린 가구 대신
작고 사방이 트인 가구 쓰는 것도 도움이 됐어요.
수납력이 덜해서 쓰레기 꼬깃꼬깃 박아두고 이런 짓도 못 하고
눈에 심각한 꼴이 들어오니까
더 자주(그래봤자 달에 한두 번이지만) 치우게 돼요.
그런 다음에는
나한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정리해보고
그 이상은 가지지 않기로 했어요.
그렇게 산 지 어언 3년이 됐는데,
선천적인 장애가 내 인생에 주는 나쁜 영향이
많이 덜해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하루가 뿌듯합니다.
사실 타임어택을 잘하고
꽂힌 일은 남들보다 잘한다는 장점도 존재하고,
사소하게 일 안 풀리면
내 탓이 아니라 정신병 탓이야! 하고
털고 일어나서 수습할 수 있으니
전 ADHD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나쁜 영향은 줄여나가는 게 좋을 거 같지 않나요?
우울증이랑 불안증도 심했는데
많이 나아졌고요.
저도 겪어본 사람이니만큼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걸 깨끗이 지우는 건 어렵다는 걸 분명히 알지만,
우리가 가진 다양성에서의 단점을 조금 줄이고,
그 다양성까지 일부러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나아지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약간 괜찮은 날
집 청소에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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