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시간

2025.10.03 10:08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며..

  • 익명 오래 전 2025.10.03 10:08 비움의 이유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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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얼마 전 돌아가신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그보다 몇 해 전 아버지는 요양원에 가시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의 체온이 닿지 않은 탓인지

군데군데 곰팡이도 펴 있었고,

냄새도 심했어요.


그릇이며 옷이며 여러 물건들…

30년 넘은 집의 보일러실과 창고에

해묵은 짐들이 어찌나 많던지요.


낡은 공구들을 보며

아버지 젊은 시절도 잠시 떠올랐습니다.

치매 전에는 손재주도 참 좋으셨던 분이셨죠.


엄마 옷과 신발 중에는

몇 번 입지도 못한 것들도 꽤 있었고,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늘 식재료를 넉넉히 두시던 분이라

냉장고도 여러 대였어요.


못 먹는 음식은 버리고,

먹을 수 있는 건 따로 담아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이나

엄마가 직접 만드신 건 다 남겨두었죠.


동생들이 주말마다 모여 함께했지만

다 정리하기까지 저와 신랑이

너댓 번은 더 들어갔습니다.


이제 90%는 정리가 되었는데도

아직 남은 것들이 또 신경이 쓰입니다.


저는 다짐했어요.

지금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지만

나이 들어 60이 넘으면

짐은 반드시 최소화하리라고요.

남은 사람들에게

그게 마음의 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 비우고 나니

이제야 엄마를 제대로 보내드린 것 같아

마음은 가벼워졌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역사도

사라진 기분이 들어

꽤 오래 슬펐습니다.


엄마는 그런 존재더군요.

나의 언덕이자 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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