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얼마 전 돌아가신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그보다 몇 해 전 아버지는 요양원에 가시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의 체온이 닿지 않은 탓인지
군데군데 곰팡이도 펴 있었고,
냄새도 심했어요.
그릇이며 옷이며 여러 물건들…
30년 넘은 집의 보일러실과 창고에
해묵은 짐들이 어찌나 많던지요.
낡은 공구들을 보며
아버지 젊은 시절도 잠시 떠올랐습니다.
치매 전에는 손재주도 참 좋으셨던 분이셨죠.
엄마 옷과 신발 중에는
몇 번 입지도 못한 것들도 꽤 있었고,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늘 식재료를 넉넉히 두시던 분이라
냉장고도 여러 대였어요.
못 먹는 음식은 버리고,
먹을 수 있는 건 따로 담아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이나
엄마가 직접 만드신 건 다 남겨두었죠.
동생들이 주말마다 모여 함께했지만
다 정리하기까지 저와 신랑이
너댓 번은 더 들어갔습니다.
이제 90%는 정리가 되었는데도
아직 남은 것들이 또 신경이 쓰입니다.
저는 다짐했어요.
지금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지만
나이 들어 60이 넘으면
짐은 반드시 최소화하리라고요.
남은 사람들에게
그게 마음의 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 비우고 나니
이제야 엄마를 제대로 보내드린 것 같아
마음은 가벼워졌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역사도
사라진 기분이 들어
꽤 오래 슬펐습니다.
엄마는 그런 존재더군요.
나의 언덕이자 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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