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시간

2025.09.21 13:55

언젠가 이별할 수 있을 때까지 남겨둘 거예요

  • 익명 1일 전 2025.09.21 13:55 오늘도 고민
  • 18
    0

책상 서랍 맨 안쪽에 작은 유리병 하나가 있어요.

안은 텅 비었고 이제는 향도 안 나는데…

이상하게 그걸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그 향수는 제가 처음으로 혼자 여행 갔을 때,

그 도시에서 샀던 거예요.

혼자 길을 헤매다가 울컥하기도 하고,

낯선 풍경에 압도되기도 했죠.

처음으로 ‘아, 나 진짜 혼자구나’ 느꼈던 그 시간.

그때 저를 조금이나마 안정시켜줬던 게

익숙한 향 하나였어요.


이제 그 향은 사라졌지만,

그 병을 보면 그때의 제가 떠올라요.

불안했지만 용기 냈던 저,

외로웠지만 자유로웠던 저.

그 기억이 아까워서인지

그 유리병을 차마 못 버리겠어요.


저는 미니멀리즘이

그저 물건을 줄이는 게 아니라,

진짜 내게 필요한 것과

마음에 남겨두고 싶은 걸

구분해 보는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그 병을 놓을 수 없지만

언젠가 그 시절의 나를 온전히 안아줄 수 있을 때,

그땐 자연스럽게 이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그리고 바라는 미니멀리즘이에요.


  • 공유링크 복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전체 42건 / 1 페이지

검색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