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의 세상이었다. 결백한 자도 굴복시켜 죄를 씌운 시대였다. ‘나는 절대 아니다’라고 외쳐도 그들이 설계한 덫과 올가미를 모두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인간의 나약한 면을 잘 아는 자들이었다. 집요하게 파고들어 팔과 다리를 꺾고 뼈에서 살을 발라내어 결국 스스로 자인하게 만들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체 왜 그랬습니까’라고 따져 묻지 말아야 한다. 자신은 다를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아야 한다. 상황은 살인죄도 인정할 만큼 강력한 조건인 것이다.
당신은 끝까지 버틸 수 있겠습니까?
허위 자백의 심리 메커니즘은 먼저 실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거짓 자백에 이르는 과정과 이후 범행의 줄거리를 지어내는 국면이다. 부인에서 자백으로 바뀌는 심리적 요인으로 다음 4가지가 있다.
❶ 안정감 상실 – 평범한 생활을 했던 사람이 취조실에 들어가면 낯선 공간이 주는 압박감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상실하게 되어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가족과의 면회나 변호사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완전히 고립된 상태가 되면 이내 무너지게 된다.
❷ 죄책감 형성 – 소문의 진의 여부에 상관없이 주변의 평가와 소문을 지속적으로 주입시켜 스스로 죄책감을 느껴 무너지도록 유도하면, 합리적인 사람도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❸ 무력감 발생 – 처음부터 자신에게 불리한 허위 자백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진실을 말해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그들의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❹ 영합적 판단 – 1~3번까지 장시간 시달리면 자신의 장래가 수사관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고 결국 수사관에게 동조하려는 행동이 나타난다.
심문 과정에서 받게 되는 압력은 육체적 고문과 같은 수준에 달한다고 한다. 무고한 피의자의 경우 수사를 받는 자체가 현실감이 없기에 자백의 여파를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형벌에 대한 인지를 상실한다.
● 시간이 흘러 진실이 밝혀져도 담당 취조인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들은 당시의 상황을 과소평가하고, 환경에 책임을 전가하며 스스로 정당화한다. 이는 인정이 곧 당시에 했던 모든 사고 과정과 행동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기에 자기 생존을 최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행동이다.